서울 디자이너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와 본가에서 몇 년을 지내다
본가 가까운 곳에서 다시 독립을 시작하였을 때, 2018년 5월 5일 처음으로 식물을 공식적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고 있으니 나는 식물이라도 키워야겠다.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처음으로 나의 헛헛-한 마음을 채워주는 식물은 작은 몬스테라였다. 그 작은 몬스테라가 새 찢잎을 보여주면서 나의 식물 사랑이 시작되었다 말할 수 있다.
새 잎을 두 번째 보여 주니 이제 분갈이라도 해봐야겠다. 싶었다.
이게 나에겐 관문 같은 것이었다. 이 분갈이를 실패한다면 나는 식물을 키우지 않을 것이다.라는 것.
이제 막 식물 키우기 시작한 사람한텐 가혹한 관문일지 모르겠으나 그 때 마음은 그랬다.
2018년 6월 16일 처음으로 분갈이를 했고, 성공적이었다. 그 이후 몬스테라는 한 잎당 나의 얼굴 2-3배가 되는 크기의 잎을 내주었다.
새 집으로 이사를 한 뒤에도 몬스테라의 존재감은 어마어마했다.
이미 n차 가지치기와 수경재배를 반복한 탓에(그렇게 큰 아이들은 분갈이 할 정도로 뿌리를 내렸을 때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잎 수가 많진 않지만 잎 크기와 줄기 굵기로 베란다의 주인이 된 듯 했다.
앞으로 너무 고꾸라진 아이를 잘라 수경재배를 성공했고 잎 크기 차이가 많이 나 작은 아이들만 남겨 키우기 시작했다.
고꾸라진 큰 잎을 자르니 기다렸다는 듯이 새로운 잎이 펼쳐졌다.
가끔은 새로운 잎을 내기 위해선 오래 된 잎을 잘라주어야 할 때가 있다. 다 큰 아이 독립시키는 부모의 마음이랄까.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자를 땐 마음이 아프지만 다른 곳에서 또 더 잘 자랄거란 믿음이 생긴다.
엄마 몬스테라 / 아이 몬스테라
수경재배를 할 땐 뻗어나오는 마디를 조금은 살려 잘라주는 것이 좋다. 마디 없이 줄기만 싹뚝 잘라버리면 물 속에서 뿌리 내리기가 쉽지 않다. 혹은 분갈이를 할 때 뿌리 있는 부분을 나누어 심는 것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새 잎을 찢고 날이 따뜻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몬스테라의 활기참이 보이지 않았다.
이맘때면 신나서 새잎을 내주는 아이인데 말이다. 작은 화분에(실제로 작진 않지만 지금 몬스테라 사이즈에 비하면 작다) 뿌리가 넘쳐나 낑낑거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아, 너도 분갈이 할 때가 됐구나.
지름 33cm의 토분을 주문했다.
마사토를 깔고 흙과 영양제를 섞어 담아 주었다.
그리고 굵은 뿌리를 제외한 잔 뿌리들은 다듬었다. 다른 식물에 비하면 뿌리를 과감하게 잘라주어도 언제 잘렸냐는 듯 금방 뿌리를 뻗는 괴물 같은 아이라 분갈이 할 때 제일 쉬운 식물이 아닐까 한다.
분갈이를 하고 3일이 지났다. 공간이 넉넉하니 자유롭게 뿌리를 내리고 새 잎을 내주었으면 한다.
거기다 따스한 햇빛까지.
영상 속 분갈이 방법이 평균적인 분갈이 방법이에요.
마사토 > 흙 > 흙 + 마사토 > 흙 으로 마무리하고 물을 흠뻑 주세요.
물을 준 뒤 물이 밑으로 흐르는지 확인해주세요. 물이 흐르지 않는다면 흙에 물 길이 생기지 않아 과습으로 식물이 죽을 확률이 높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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