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 일기

난소 일기 (1) - 병명도 모르지만 물혹이길

빛나는 바다 2022. 1. 11. 14:44
반응형


아랫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작년 말 신경 쓸 일이 많아 불규칙적으로 생활했기에 '살쪘나?'싶었지만 점점 딱딱해져 걱정되기 시작했다.

여자 / 아랫배 / 땅땅 / 땡땡 / 딱딱 등 다양한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았지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산부인과 관련 병을 언급하여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1월 5일 김해에 위치한 산부인과에 방문했다.
생리 주기, 결혼 유무, 임신 가능성, 자녀 유무 등 다양한 질문에 답한 뒤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약 한 달 정도 배가 불편하게 불러오기 시작한다는 걸 느낀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커짐을 느껴 방문했다고 하니 의사 선생님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사실 마스크 너머로 가려져 있으니 나의 상상일 수도 있지만 초음파 검사하는 동안에도 무거운 공기가 진료실을 맴돌았다.

난소에 혹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약 12*7cm의 크기라 했다.
이 정도 크기면 수술은 불가피하며 본인 병원에선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없으니 큰 대학 병원에 가보라 하셨다.

순간 사색이 되었지만 지인이
난소 혹으로 수술했다는 것이 떠올라 연락했다.
'혹시 수술 어디서 하셨어요?'

의사 선생님은 백병원 등 큰 대학 병원을 추천했지만 대학 병원 가기 전 지인이 수술했던 병원을 들려도 좋겠다 싶었다. 대학 병원은 큰 병일 때 가는 곳이라 생각되어 지레 겁먹었을지 모른다.

추천받은 병원은 화명동에 위치한
화명일신기독병원

 


지인에게 추천 받음과 동시에 전화로 예약했다.
'난소에 혹이 발견되어 자세한 진료받으려고 한다. 진료받은 병원에서 의뢰서 작성해주셨어요.'라고 말하자 전 날 8시간 동안 금식해란 이야기를 전달받았다. 찾으시는 선생님이 따로 있으시냐 물었지만 여자 선생님으로 예약해달란 말만 전했다.

산부인과 검진을 건강 검진 때 처음 해보고 약간의 충격을 받았던 나는 이왕이면 여자 선생님이면 좋겠다 싶었다. 예약일이 되어 예약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두리번거리자 '저기 컴퓨터 가서 접수해주세요'라 안내해주셨다.

이름, 생년월일을 입력하자 성명을 호명할 때까지 대기해달라는 안내가 확인되었다. 큰 병원이라 그런지 꽤 정신없겠다 싶었는데 컴퓨터로 간단하게 '저 왔어요-'를 입력할 수 있으니 좋았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 예약 시간이 되어도 호명이 되지 않아 예민해지기 시작하려던 찰나, 예약을 하셔도 앞 환자분의 상담이 길어질 경우 예약 시간보다 많이 기다릴 수 있으므로 양해 바랍니다 라는 안내문을 확인했다.

'예약 안 했으면 더 힘들었겠네'라 생각하며 대기했다.

'한쪽에 난소 혹이 있는데 12*7cm 정도 되고 수술하면 3-4일 정도 입원하셔야 해요. 어떤 혹인지 자세히 검사하는 걸 오늘 할 거고 문을 나서면 안내받으실 수 있어요. 크기가 커서 늦어지면 꼬이거나 터질 수 있으니 빠르게 수술하는 것이 좋아요.'

설날 이후 수술을 하고 싶었는데 다음 주 바로 수술이 어떻냐는 이야기를 들어 살짝 멘털이 나갔다. '다음 주 중요한 일정이 있는데 어쩌지' 싶던 순간 보호자로 동행한 여동생이 주말 끼워서 이번 주 바로 수술, 입원할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럼 목요일에 안내 전화드릴 때 입원 준비해오세요 혹은 결과 들으러 오세요라고 안내드릴게요'라 말씀하셨다.

여기서 제일 좋은 전화는
'입원 준비해오세요'다.

몸에 문제없는 물혹이니 떼어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만약 결과 들으러 오라 한다면 수술이 아닌 난소암 치료 과정을 설명 들으러 가야 한다. 이 결과를 알기 위해 여러 검사를 받았다.


채혈실에 소변을 제출하고 피를 뽑았다.
그리고 AMH 검사 의뢰서 작성 후 입원 절차와
산부인과 검사 시행에 대한 안내문을 받았다. 1번부터 5번까지의 검사 및 수납을 진행했다.

1번(가정의학과, 심전도 검사)을 끝낸 뒤
2번(영상의학과, 흉부 X-ray)으로 가니 2번, 5번(CT)은 함께 해도 된다며 3번(원무과, 수납), 4번(응급실, 조영제 T)을 마치고 오라 했다.

조영제는 영상 진단 검사를 시행할 때 조직이나 혈관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인체에 투여하는 의약품을 말하는데 CT 촬영할 때 필요하다. 다만,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부작용 검사를 위해 4번의 검사 시행이 필요한 것인데 부작용 테스트는 무탈히 넘어갔다.


조영제를 넣기 위해 꽂아 둔 주사 바늘.
흉부 X-ray 촬영 후 CT 촬영에 들어갔다.

처음 찍는 CT라 긴장되었지만 조영제를 넣기 전까진 안내 방송을 곧 잘 따라 했다. 다만 조영제가 들어간 뒤 '숨을 참으세요' 안내문이 나왔을 때 갑자기 속이 메슥거리고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촬영은 잘 끝냈지만 끝냄과 동시에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금식을 했으니 나오는 거라곤 침 밖에 없었지만 처음 겪어보는 메슥거림에 당황했다.

이 모습이 익숙한지 간호사분들은 모두 침착하게 응대해주셨고 10분 상황을 지켜본 뒤 괜찮아진 나는 병원을 나섰다.


영상의학과 앞에 있던 조영제 관련 안내문

 


배고픔보다 더 기다려졌던 커피 마시기.
금식 동안 물도 커피도 마시면 안 되었는데 그동안 커피가 얼마나 마시고 싶었는지.




병원에서 나오는 길 스타벅스 DT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차를 꺾었다.
강변 앞에 있어 뷰도 좋아 보이네.
하, 목요일에 어떤 전화를 받을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