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 일기

난소 기형종 일기 (5) - 4박 5일의 여정 끝내고 무사히 퇴원

빛나는 바다 2022. 1. 2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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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소 기형종 일기 (4) - 수술 전 관장부터 수술하고 다음날까지

난소 기형종 일기 (3) - 입원 준비물 챙기기, 입원 완료 난소 일기 (2) - 입원 준비가 의미 있길 바라며 입원 준비물 및 코로나19 검사 난소 일기 (1) - 물혹이길 아랫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작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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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한 첫날은 온종일 정신없이 누워 있었고
두 번째 날은 엉거주춤이지만 스스로 걸을 수 있어 소변 줄도 뺀 상태로 소변도 화장실에서 보았다.

하지만 미션은 더 남아 있었다.
'가스 배출하기'
💨



수술해서도 있겠지만 병원 분위기 특성상 계속 힘이
빠져 노트북으로 영상을 보고 있었는데

'가스 배출하셨어요?'
'아니요. 아직'
'이럴 시간 없어요. 운동하세요!'

수술할 때 몸에 가스가 들어가는데 이 가스를 숨 쉬는 동안에도 계속 빼주는 것이 필요하고 실제로 방귀를 뀌어 가스를 빼주는 것도 필요하다 했던 것 같다. 아니면 어느 정도 배에 힘을 줄 수 있는지를 테스트했던 것인가.. 모든 설명들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수술하고 정신 없는데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어떻게 기억해요.. 제가.. 🥲



그리고 가스를 빼고 나면 흰 죽이 아닌 흰쌀밥을 주신다 했다. 사실 크게 상관없었다. 병원에 있으니 모든 일이 재미가 없어 씹는 재미도 딱히 없었으니.. 배꼽을 뚫어 수술 했기 때문에 배가 조금만 부르면 배꼽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허술한 수술은 아니지만 느낌이 그랬단 말입니다.



그래도 병원이 심심하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병실 복도를 열심히 걷는 일 밖에 없어 폰 들고 바닥만 보면서 열심히 걸었더니 얼마 되지 않아 가스가 나왔다. 아무래도 다인실이라 가스 배출이 힘들었는데 화장실에서 소변보면서 자연스럽게 뽕 -

1인실이었다면 조금 더 빠르게 가스를 배출할 수 있었을까?
🤔



그리고 가스 배출에 성공했다고
간호사님께 말씀드리니 다음 식사부턴
흰 쌀 밥이 나왔다.
🍚


뭐 딱히 맛없는 식단은 아니었지만 내가 집에서 먹는 간은 아니었기에 입맛에 안 맞았다 정도. 하지만 맛있는 반찬들은 열심히 공략하여 끼니마다 식사를 마쳤다.

난소 물혹, 난소 내막증, 난소 기형종 등 딱히 원인이 없는 병이라 그런지 음식이 까다롭게도 나오지 않는 편이다. 간 역시 일반식에 가까워 수술 후 처음 먹었던 국에선 '이 맛을 수술 직후에 먹어도 된다고?'라고 생각했으니. 그리고 간호사님이 커피도 마셔도 돼요! 소화 잘 안 되는 빵만 먹지 마요!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조용히 나의 짐 가방을 열어
혹시 모르는 사태(?)를 대비하여 챙겨 온 카누를 꺼내어 정수기로 달려갔다.

사실 엉거주춤 걸어갔다.



병실 침대가 영 불편해 책 읽는 것이
편하지 않아 서서 책을 보기도 했다.



별 웃긴 일이 없으니 화장실 문 틈 사이에 붙여져 있던 차인표 배우의 얼굴도 웃겼는데.. 공유할 사람이 없어서 슬펐다.. 친구들한테 카톡으로 사진만 전송하고.....

같이 입원했던 사람들은 차인표 배우의 이 모습을 보았을까?



그리고 언제 퇴원할 수 있을까 오매불망 기다리다
'환자분 오늘 퇴원하신다고 하셨죠?'
'네'
'점심 먹고 가실 거예요?'
'아니요! 그전에 갈게요!'

그렇게 이 아침 식사는 병원에서 나의 마지막 식사가 되겠다.



밥을 먹은 뒤 퇴원 전 마지막으로 의사 선생님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 나의 수술 경과에 대하여 자세히 들을 수
있었는데 수술 직후 들었던 이야기는 내
기억 속에 희미하다. 마취에서 막 깨어났을 때니.

처음 화명일신기독병원을
방문했을 땐, 의뢰서 본 것과 같이 12cm
큰 혹이 1개가 있다고 알았다.

CT 촬영 후 13cm, 8cm 혹이
양 쪽에 1개씩 총두 개의 혹이 있고,
2개의 혹이 겹쳐져 하나의 혹으로 보였던 것
같다는 말씀과 함께 그래도 배꼽 한 번 뚫어서
모두 제거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고.

수술할 땐 배꼽을 뚫어 보니 왼쪽에 혹 2개, 오른쪽에 혹 2개가 있었고 배란일까지 겹쳐 배란 혹까지 총 5개의 혹이 있었다고 덤덤하게 말씀하시고는 바로 자궁유착이 일어났었다며. 아마 혹이 크고 많았기 때문에 밀려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 같은데 혹을 제거하기 전에 유착 증상 먼저 제거했으니 속이 깔끔해졌다고 하셨다.

아, 수술 당시 배란 혹도 함께 정리했으니 생리 주기가 바뀔 수 있다 하셨는데 이 모든 말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말씀해주셔서 놀랄 틈이 없었다.

그리고 마무리로 배꼽에 꿰매었던 실을 제거하였는데
이때 또 따끔 -



퇴원 수속을 밟는 동안(정산을 기다리는 시간이 꽤 걸렸다) 복강경하 수술받은 환자의 퇴원 후 관리에 대하여 설명을 들었는데

퇴원 후 1-2개월간은 충분한 휴식이 필요
4-6주 동안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지 않기
4주간 장거리 운전 30분 이상 피하기 (여의치 않을 경우 30분마다 내려서 스트레칭해주기, 일 할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

8주간 청소, 쇼핑 등의 힘든 일 금지
8주간 등산, 3-4층 이상 계단 오르기 금지

일주일간 샤워 금지
8주간 목욕 금지
8주간 금주 등 여러 금지 사항을 전달받았다.



전달받고 약 30분 기다렸나?
정산이 끝났다며 1층 원무과에서 결제와 함께 외래 방문일 예약하고 가시면 된다고 -


실비 청구는 지금 가능한 것이 아니라
외래 방문일 때 가능하다고 하니 외래 방문 후
참고할 사항이 있다면 또 공유해보겠습니다!



그리고 퇴원한 지 3일이 지났다.
퇴원할 때 배꼽에 거즈를 붙여주셨는데 옷에 걸리적거려 떼어냈고 배꼽 주변을 물티슈로 열심히 닦아 내었다. 그래도 여전히 수술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았지만 당분간 배꼽 안으로 물이 들어가서도 안되니 환장할 지경이다. 그나마 내일부터 배꼽에 방수 밴드를 부착한 상태로 샤워를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또, 앉았다 일어날 때 혹은 누웠다 앉을 때에도
수술 부위 주변이 당김을 느끼지만 점점 당기는
정도가 약해짐을 느끼고 있다.

첫 전신 마취 수술의 끝이 보이니 마음이 놓인다.
난소 혹, 기형종 등을 검색하는 모든 이들
무사히 수술 끝마칠 수 있길 바라며
외래 진료까지 잘 마치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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