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 일기

난소 기형종 일기 (4) - 수술 전 관장부터 수술하고 다음날까지

빛나는 바다 2022. 1. 1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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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소 기형종 일기 (3) - 입원 준비물 챙기기, 입원 완료

난소 일기 (2) - 입원 준비가 의미 있길 바라며 입원 준비물 및 코로나19 검사 난소 일기 (1) - 물혹이길 아랫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작년 말 신경 쓸 일이 많아 불규칙적으로 생활했기에 '살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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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 않은 듯
배꼽 청소하러 가겠다며 포스팅을 마무리하고 남편이 챙겨 준 새콤달콤 몇 개를 챙겨 먹고는 입원해서 오랜만에 쉬겠네 -

생각했는데 오후 9시부터 관장 시작.


프루팁스까지 야무지게 먹고 싶었지만 관장할 생각에 결국 다 나올 거니 퇴원할 때쯤 먹자며 새콤달콤도 몇 알 밖에 못 먹고..

항문으로 주입하는 관장약을 넣고 10분 동안 참으라고 말씀하셨지만 이걸 어떻게 참아요.. 7분까지 버티다 도저히 못하겠다 싶어 화장실로 엉거주춤 걸어가 변기에 앉았는데 앉는 순간 별소리가 다 나서 '1인실 할 걸 그랬나..'싶었다.

모든 수치스러움을 다 느끼며 여동생한테 연락했더니 다 관장했던 사람이고 할 사람들이니 걱정하지 마라며 다 같은 사람들이라고 위로 해주었다.. 이게 뭐라고 위로가 되냐.. 그렇게 화장실 다녀온 뒤 침대에 누워 있으니 간호사님이 오셔서 '몇 분 참으셨어요?'라고 물어보셨고 '7분 참았어요..'라고 답했고 '변은 많이 눴어요?'라 되물으셔서 '네..'라 답했다.

'10시 되면 먹는 관장약도 챙겨드세요'라며 약을 챙겨주셨는데



관장약이 뭐라고 예쁘게 찍히는 모습이 어이 없었다. 오후 10시가 되어 텀블러에 받아 둔 물과 함께 관장약 2알을 먹었다. 그래도 한 번 비웠으니 얼마나 비우겠어 싶었는데 새벽 2시, 새벽 4시에 일어나 열심히 배 안에 있는 것들을 비웠다.

내 배에 얼마나 많은 음식들이 저장되어 있었던 걸까?

그리고 새벽 5시에 다시 간호사님이 나의 자리를 찾아주셨고 항문으로 주입하는 관장을 한 번 더.. 이번엔 전 날 보다 참기 힘들어 5분만 참은 뒤 화장실로 뛰어갔는데 이제 더 이상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다.. 아니었으면 한 번 더 했어야 했다고요.. 관장 너무 고통스러워



관장이 끝난 뒤 병원에서 구매한 압박 스타킹을 신고 누워있었는데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가족들도 계속해서 연락오는데 연락 오는 것을 받기도 힘들고 (내가 제일 무섭고 걱정되는데 그 걱정 소리를 듣고 있으면 더 힘들어서) 무음으로 해 놓은 상태로 멍하니 누워 있었다. 그리고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오셔서 11시, 11시 30분쯤 수술에 들어갈 예정이라 말씀하셨다.

전신 마취는 처음이라 수술실 들어가기 전 동의서 작성하면서 설명 들을 때도 좀 무서웠는데 수술실에 누워 숨 쉬세요 한 뒤 나의 몸은 다시 병실에 도착해있었다.. 어우.. 전신 마취 정말 신기하네요.. ..

병실에 누으니 온 몸이 발발 떨려
아랫니 윗니도 서로 부딪히고 난리도 아니였다. 이래서 담요 챙기라고 하셨군요.. 마취에 덜 깨 발음도 제대로 안되는 상태로 ‘죄송한데 담요 좀 덮어주세요..’ 말하고

수술해주신 의사 선생님 말로 알고 보니
양 쪽에 12, 8cm 기형종이 아니라
양 쪽에 기형종이 2개씩 총 4개 거기다 배란 혹 까지 더해져 수술이 꽤 컸다고 하시던데 퇴원하실 때 사진과 함께 자세히 설명해주신다 하셨다. 휴 - 내 배 안에 뭐가 이렇게 엉망이었던 거니. 그래도 수술 무사히 마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변 줄을 달고 있으니 물도 못 먹고 목 컥컥 거리며 있었는데 목 염증 생기지 마라고 간호사님이 가글을 도와주셔서 가글까지 완료.

가글로 와라라락 하는 것도 힘들어서 왁 와락 왁왁 이렇게 끊어서 가글을 마치고

병동을 좀 걸으라 하셨다.
그래야 소변 줄도 빼고 물 마실 수 있다며..
평소에 물도 잘 안 마시는데 물 못 마시게 하니 물이 얼마나 그립던지

수술 위치인 배꼽이 당겼지만 열심히 걸었다.
잘 걸었다며 소변 줄을 분리해주셨는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 그리고 소변 줄 분리 한 뒤 팬티형 생리대를 입혀주세요)

물을 마시고 소변을 얼마나 잘 보는지 확인해야 한다.
수술 후에 몽롱하고 피곤한데 다들 나를 가만 두지 않는다..



무통 주사도 달았기에 많이 아프면 연두색 버튼을 눌러라 했지만 누르지 않아도 일정량의 무통 주사가 들어오기 때문에 굳이 누르지 않고 있다. 그만큼 아프지도 않고.



수술 위치에 피통을 달고 있는데 피통은 주기적으로 비워주신다. 오늘 오후 혹은 내일까지 상태를 본 뒤 피통은 분리해준다 하셨다. 몸에 링거부터 뭘 주렁주렁 달고 있으니 불편해서 하나라도 빨리 빼주신다면 감사합니다.



그리고 종일 누워 링거만 맞고 있으니 몸이 퉁퉁 붓기 시작하고 붓다 못해 피부가 벗겨지기 시작했다. 부종 때문에 찌릿함이 느껴져 계속 잼잼하며 혈액 순환을 도와주고. 소변 줄도 없고 소변 검사도 끝냈으니 흰 죽을 주셨다. 아마 흰 죽을 먹을 상태가 아니면 미음을 주시는 듯했다.



흰 죽이면 김치가 딱인데.
간장이라도 주시니 감사하게 받아 삭삭 비볐는데 수술 때문일까 입 맛이 없어 반쯤 먹고 반납했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먹었답니다.



다인실이지만 창 가에 위치한
자리를 배정받아 그나마 낫다 싶다.
밖이 보이진 않아도 다 막혀 있는 병동에서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바로 옆에서 바라볼 수 있으니. 그래도 수술 다음 날 이렇게 정신 차리고 포스팅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수술이 잘 된 것 아닐까.. 생각하며

병원에 있으니 하루가 너무 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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