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가면 '나 식물 좀 키운다'하고 주름잡는 편이지만 엄마 집에 가면 마치 번데기 앞에 주름잡는 모습이 되어버린다. 이상하게 같은 식물을 키워도 엄마 베란다에선 더 잘 자라는 이유는 뭘까? 기분 탓일까?
엄마와 할머니가 함께 가꾸는 베란다 정원을 보면 같은 환경(남향, 베란다, 창) 임에도 불구하고 더 풍성해 보인다.
우리 집의 제나두만 봤을 땐 '새 잎도 나고 있고, 잘 자라고 있는데 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엄마 집 제나두를 보면 그 생각이 쏙 들어간다.
그리니피 설명에 의하면 제나두는 광택이 나는 짙은 초록색 잎이 싱그럽고, 생명력이 강해서 식물 초보자도 쉽게 키울 수 있다고 한다. 번식력도 좋아서 씩씩하게 올라오는 새잎을 자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일단 광택이 나는 싱그러움을 가지고 있지 않은 듯하다.)
엄마의 베란다 정원 - 제나두는
가지치기를 열심히 한 결과 뿌리만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무 모습을 한 뿌리를 뚫고 새 잎이 나고 있다. 생명력이 강하다는 말이 맞음을 이 모습을 보고는 깨달았다. 삭발도 이런 삭발이 없는데 어떻게 이 척박한 환경에서 새 잎을 낸단 말인가?
그렇게 난 새 잎들은 광택이 돌다 못해 아주 물광 피부 같아 '어떤 화장품 써?'라고 묻고 싶을 정도이다.
잎의 크기는 얼마나 큰지
제나두가 아니라 호프 셀렘은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듯
제나두 심어 제나두가 난 것인데 어떻게 내 제나두는 이렇게 작을까.
엄마는 내가 키우는 제나두는 엄마의 제나두에서 가지치기하여 나온 식물이니 작을 수밖에 없다며 위로하지만 이미 큰 제나두를 봐버린 나는 영양제를 꽂아가며 더 많은 애정을 쏟고 있다.
엄마 집은 영양제도 잘 안 꽂는데
정말 엄마 손은 약손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산신령이 식물을 보살펴주는 것이 분명해.
'plan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 식물이 물광 피부인 비결은 (11) | 2020.07.08 |
---|---|
식탁의 주인공은 고기 아닌 깻잎 (12) | 2020.07.06 |
몬스테라의 주름 (13) | 2020.07.01 |
벤자민 고무나무 물꽂이 도전 (18) | 2020.07.01 |
엄마 직장에서 데려온 테이블 야자 (5) | 2020.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