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 전, 깻잎 모종이 우리 집으로 왔다.
손바닥 보다 작은 모종이라 심을 때도 깻잎 잎 한 장이라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며 심었다.
손가락 마디 크기 정도의 잎이 언제 손바닥 크기가 되어 고기를 싸 먹을 수 있을까? 하며 손 꼽아 기다렸다.
어느 밤 힘 없이 축 쳐져 있는 깻잎을 보고 놀란 날도 있었다.
알고 보니 깻잎도 밤이 되면 잠 자는 시간을 가지기 때문에 차렷 자세로 열심히(?) 자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잘못 키워 시든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잘 먹고 잘 쉬고 있는거라니 다행이다.
거기다 너무 귀엽잖아?
잠을 잔다니.
일찍 자서 키 쑥 쑥 자랐으면 좋겠다 노래를 부르니
모종 심은 지 보름이 지났다.
보름이 지나니 손가락 마디가 아닌 손가락 길이만큼 성장한 깻잎에 놀라 잎을 살짝 만져보니 손에 깻잎 향이 가득 묻어 나왔다.
한 손 가득 깻잎 향이 베어 나오니 이미 깻잎을 먹은 기분이 들었지만 여기서 만족할 순 없지! 실제로 고기에 쌈 싸 먹어야 매일 아침 물 주고, 환기 시켜주며 밤 마다 잘 자라며 쓰다듬어 주었던 나의 행동에 보상이 되지않겠는가?
그렇게 보름 또 흐르고
깻잎 크기가 꽤 자랐다.
꽤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깻잎의 크기 보다 작은 사이즈.
손바닥 보다는 조금 작지만 잎을 어느 정도 뜯어 줘야 또 새 잎이 금방 자랄 것 같단 생각에 지금 쯤 고기를 한번 구워 먹어 줘야겠구나 싶었다.
목살을 준비 한 뒤,
에어프라이어로 구워주고.
그 동안 깻잎 첫 수확을 마쳤다.
흐르는 물에 씻은 뒤 탈 탈 털어 접시에 올려 두었다.
냉장고에 있던 밑 반찬과 함께 맛있게 구운 목살까지.
사진과 불빛으로 인하여 붉은 빛이 보이지만 실제론 정말 맛있게 익었었다구요!
이번 식탁만큼은 고기가 아닌 깻잎이 주인공이다.
남편 손에는 턱 없이 작은 사이즈의 깻잎이지만 작은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유기농의 맛이란 이런 것일까? 마트에서 구입하여 먹는 깻잎 보다 훨씬 부드럽고 향이 강했다! 깻잎 특유의 향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부드럽게 향을 느낄 수 있을 줄이야.
수확을 끝낸 탓에 깻잎 화분은 잎은 몇개 남아 있지 않았다.
남들은 더 풍성하게 자란다는데 깻잎용 비료를 알아볼까?
남들은 깻잎 자라는 속도가 먹는 속도보다 빠르다는데 아무래도 우리 집 식사량을 생각하면 속도를 더 낼 필요도 있어보인다. 맛있게 먹고 나니 키울 의욕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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