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집을 이사 올 때
식물은 모두 베란다에서 키울 거라 다짐했다.
베란다 벽은 하얀 방수 페인트를 칠하고, 바닥은 하얀 타일 놓은 뒤 온통 하얀 세상이지만 검은색 줄눈 포인트로 베란다가 지저분해지는 것을 쉽게 확인하지 못하도록 수리할 예정이었으니. 방수 페인트, 타일이라면 마음껏 물 줄 수 있고 마음껏 분무해도 상관없으니 화분에 물이 넘쳐도 벽에 뿌린 묻어도 크게 걱정하지 않고 식물을 키우는 것이 내 목적이었다. 또 고양이들과 분리시키고 싶을 땐 베란다 창문을 닫아버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늘 사람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이 있다.
인테리어도 그 중 하나.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화분의 수는 점점 늘어났다. 베란다 어디에 어떻게 놓아야 잘 놓았다 소문날까 고민하다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인 집 안에 초록빛을 뿌리고 싶어 졌다. 그렇게 하나, 둘 거실과 안방 곳곳에 화분을 놓기 시작했고 거실엔 삼총사가 놓여있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게발선인장과 아레카야자.
아레카 야자는 명예로운(?) 상처들이 곳곳에 보인다. 나메의 헤어볼 해결사로 거실에서 가장 잘 보이는 자리이며 실제로 우리 집 제일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나름 현관 러그를 고정하는 역할도 하는 부지런한 친구다.
집 중앙에 위치한 여러 이유 중 하나를 살짝 알려드리자면
나메는 아레카 야자를 뜯어먹고 꼭 근처에서 헤어볼 구토를 하는데 이때 화분 주변에서 하게 되면 눈에 잘 띄는 곳에 구토를 하여 쉽게 처리할 수 있고 안방 침대에 구토할 확률이 낮다.
또 나사에서 인정한 실내 공기 정화 식물이니 집 중앙에 있으면 좋지 않을까? (이유 중 제일 설득력 없는 이유가 될 듯 하지만)
그리고 신발장 위에 위치한 게발선인장.
화분 한쪽으로 줄기를 늘어트리며 키울 계획이다. 입구에서 보는 시선보다 거실에서 현관을 바라봤을 때 집 안으로 길게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현재 반은 성공했다. 저렇게 반만 햇볕을 받아 저 방향으로만 자라는 중이다.
하지만 머리숱 관리를 위하여(?) 가끔 방향을 돌려주곤 한다.
그리고 고양이 정수기 옆에 위치한 극락조.
극락조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는데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과한 사랑이 극락조를 힘들게 하여 물을 덜 주는 대신 잎 마르지 않길 바라며 수분 공급이 수월한 고양이 정수기 옆으로 옮겼다. 그 이후 잎을 하나, 둘 내어 주기 시작하여 최근엔 조금 큰 화분으로 옮겨주었다.
식탁에 앉아 남편과 밥을 먹으며 이야기 나눌 때 집 안에 초록색이 곳곳에 숨어 있어 싱그러움을 더해준다. 베란다에서만 키우겠다는 다짐은 접어두고 남은 여름 동안 열심히 자라길 바라며 거실 식물 삼총사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본다.
다음 이야기. 안방 식물 사총사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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