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환기시키려 문을 열었지만 문 닫는 일을 잊는 순간 벽지가 조금씩 울기 시작한다.
습한 기운이 집을 가득 채우기 시작해서야 깜짝 놀라 모든 창문을 닫고 에어컨 제습을 돌리기 시작하지만 차마 닫지 못하는 창문 하나가 있다. 바로 베란다 창문.
우리 집 베란다엔 많은 식물이 있다.
현관, 거실, 안방 곳곳에도 식물이 있지만 베란다에는 많은 식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베란다에 있는 식물들은 유난히 물과 빛을 좋아하는데 여름이 오니 신난 눈치다.
몇 달째 새 잎을 내어주지 않던 커다란 몬스테라도 빼꼼하고 새 잎을 낼 준비를 한다. 몬스테라 줄기가 굵은 만큼 잎을 꽤 굵게 돌돌 말아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인도 고무나무는 이제 내 허리만큼 오는 높이가 되었다. 쭉 뻗은 나무 라인을 보고 싶어 아래에 있던 나무 잎을 몇 개 거두었지만 위에는 여전히 새 잎 속에 새 잎을 내고 있다. 베란다 정원에서 제일 부지런한 식물은 인도 고무나무가 아닐까 한다.
여전히 고민되는 것 중 하나는 이렇게 I 자 수형으로 키울지 Y 자 수형으로 키울지다. 한번 가지치기하면 되돌릴 수 없기에 고민만 할 뿐이다.
립살리스 레인은 꽃을 피우기 위한 꽃봉오리를 모으고 있다.
꽃이 피면 하얀 잎이 되지만 꽃을 피우기 전까지 연둣빛을 띄우는 꽃봉오리들이 앙증맞다. 구슬이 대롱 대롱 매달려 있는 것 같다.
립살리스 뽀빠이, 하트 고무나무, 무늬 벤자민 고무나무, 무늬 인도 고무나무.
어쩌다 립살리스와 고무나무에 빠지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사랑 몬스테라보다 더 다양한 종류를 가지고 있는 립살리스와 고무나무. 얼마 전 무늬 인도 고무나무까지 구매하면서 고무나무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제나두도 여름이 좋았는지 요즘따라 새 잎을 잘 내어주고 있다.
엄마 제나두 따라갈 수 있겠지?
몬스테라 아단소니는 집에 도착할 당시 말려 있던 잎들을 모두 펼쳤다.
곧 기근이 곧 나올 예정이다.
새 잎은 나도 키는 딱히 크지 않던 아레카 야자가 높이를 올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낮은 키로 새 잎을 내어주고 있지만 곧 높은 키를 따라가지 않을까? 요즘은 나메(반려묘) 입맛에 맞지 않는지 아레카 야자 잎을 뜯어먹는 횟수가 줄었다.
그래서 더 잘 자라나?
새 잎 내기 프로젝트까지 진행했던 극락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새 잎을 또 펼쳤다. 그때의 노력이 가상했다는 듯 싱싱하게 자라주고 있으니 고마울 뿐이다. 계속 된 비로 우중충하고 습한 날씨가 반복되는 것이 마냥 좋다고 할 순 없지만 식물들이 잘 자라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올 겨울이 슬플 뿐이다.
겨울이 되면 다시 겨울 잠을 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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