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레아 페페로미오이데스
무서운 성장 속도
필레아 페페로미오이데스가 우리 집에 처음 온 건 5월 초. 손바닥보다 작은 사이즈의 화분에 담아 키우기 시작했다.
물 구멍이 없는 화분이 처음이라 걱정했지만 다행히 페페는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라 화분 속 물을 먹으며 빠른 속도로 자라주었다.
한 달쯤 지났을까?
작은 화분 속에서 페페 아래에 펼쳐진 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자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후 이케아 화분을 구입하여 분갈이해주었다.
페페는 햇빛이 있어도, 없어도 잘 자라고 예민한 성격이 아니라 베란다에서도 키우고, 안 방에서도 키우고, 거실에서도 키우며 나의 기분에 따라 열심히 옮겨주었다.
그러다 작은 자구들의 성장 속도가 더디다 싶으면 크게 자란 잎 중 상처가 있는 아이들을 하나, 둘 잘라 주었다.
얼마 전 큰 장마는 지났지만
비 오고, 안 오고를 하루에도 수 십 번을 반복할 때 '내가 주는 물 말고 빗 물 좀 마셔라'하며 에어컨 실외기 위에 올려두었는데 놀랍게도 며칠 사이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번식력이 어마어마하단 이야기를 들었지만 다산의 여왕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구나.
햇빛이 있든 없든 잘 자라는 식물이지만 물과 햇빛을 좋아하는 건 틀림없었다.
비 오고, 안 오고를 수 없이 반복했기에 햇빛을 보는 시간은 매우 짧았겠지만 그 사이에도 자랐다면 베란다에서 키우는 게 맞다는 판단이 섰다. 추위에 약해 겨울이면 실내에서 키워야 하니 그 전까지만이라도 베란다에서 키우기로 결심했다.
다른 사람들이 키우는 페페를 보면 아래에 자구는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무대를 올려 키우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나도 조금씩 나무 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래의 자구들은 분리하여 지인들에게 나누어 줄 예정이다.
이제 큰 장마는 확실히 지나고 폭염이 시작된다.
에어컨 없이 움직이기 힘든 계절이 찾아왔지만 식물들에겐 더없이 행복한 계절이라 생각한다. 몇 화분을 제외하곤 모든 식물들이 토분에 담겨 있으니 더 부지런히 물을 주어야겠지만 이런 성장 속도라면 게을리할 수 없지 않은가.
여름이 오기 전엔 새 순 하나라도 보이면 엉덩이 춤을 추며 기뻐했는데 지금은 여기, 저기서 '나 새 잎 내고 있어!' 소리치고 있는 듯하다. 바쁜 일정이 마무리되면 페페 자구 분리 해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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