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베란다 텃밭은 저번과 좀 달랐다.
같은 화분에서 키우고 있는 같은 깻잎이지만 저번에 따 먹은 깻잎과 비교하면 사이즈부터 남달랐다. 늘 언제 '따 먹을까?' 고민하며 물만 주고 있던 어느 날 엄마가 집에 왔다. 평소 같으면 어디 나가서 먹었겠지만 2단계, 2.5단계로 격상했기 때문에 나가 먹는 건 불가능했고 배달 음식은 딱히 먹고 싶지 않았던 찰나 엄마가 말을 꺼냈다.
'축협 가서 고기 사올까?'
'왜요?'
'깻잎 뜯어먹어 봐야지'
'오 드디어 그 날이네'
라는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축협을 다녀왔다.
고기와 함께 먹을 양파, 콜라만 구매하고 나왔다.
언제쯤 마트도 마음 편하게 다녀올 수 있을까. 마스크 없이 활보하던 그 시기가 오기나 할까?
그 생각도 잠시 집에 돌아와서 엄마는 양파 절임을 하기 위해 양파를 썰기 시작했다. 도마 위에서 양파 써는 소리에 맞추어 나는 깻잎을 따기 시작했다.
남편과 함께 나누어 먹으라며 엄마는 깻잎 두 장만 따줘도 된다 말씀하셨지만 어찌나 엄마한테 자랑하고 싶던지.
큰 잎들로 골라 빈 접시를 깻잎으로 가득 채웠다.
덕분에 깻잎 화분은 텅텅 비어 버렸지만 말이다.
더 큰 잎으로 쑥쑥 자라겠지?
엄마가 해 준 양파 절임
우리 집에서 빠질 수 없는 고추장(고추장 + 참기름 + 참깨 조합 예술입니다)
베란다 텃밭에서 키운 커다란 깻잎과 고기가 식탁 위로 올라왔다.
손이 큰 편에 속하는 엄마에게도 큰 사이즈인 깻잎을 보니 뿌듯해졌다. 농부의 마음이 이런 걸까? 큰 사이즈에 비해 부드러운 깻잎에 놀란 엄마는 두 장이면 괜찮다던 말을 뒤로한 채 열심히 깻잎쌈을 싸드셨다.
여러모로 배부른 점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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