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목수 남편이 만들어 준 책꽂이

빛나는 바다 2020. 9. 1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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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올 때 책꽂이가 필요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수납 공간에 비하여 짐이 많진 않았던 터라 남편은 살면서 책꽂이를 만들어주겠다 약속했다. 계절이 바뀌고 이불의 갯수가 늘어나자 안방장에 책이 있는 것이 맞지 않다 생각되었다.

 

남편은 그렇게 토요일, 일요일 업무 시간이 아닐 때에도 회사 공방에서 날 위한 책꽂이를 만들었다.

 

 

 

중간 중간 사진을 보내어주며

'이 디자인 맞아?'

'책 높이는 어떻게 돼?'

'나무 뒷받침 올릴까? 말까?'

 

확인을 받았다.

전문가는 남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집을 위한 가구를 만들 때 마다 내가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디테일하게 물어보는 남편이 고맙다.

 

 

 

월요일 날 퇴근하고 가지고 오려던 책꽂이는 빨리 보고 싶다는 나의 외침에 일요일 밤 나무 위에 바른 마감이 마르길 기다린 뒤 집으로 가져왔다. 이 곳에 극락조와 인도고무나무가 놓여 있었지만 책꽂이를 가져 온다는 남편의 말에 도착하기 1시간 전부터 책꽂이 놓을 공간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몰딩 위에 올라간 먼지와 화분으로 인하여 지저분해진 장판도 열심히 닦았다.

 

 

 

새로운 가구가 오자 고양이들도 신난 눈치다. 아니면 캣타워랑 같은 자작나무라 캣타워라고 착각하는 것일까? 층마다 올라가 노는 고양이의 모습. 안방에 있는 책을 꺼내어 정리하다 말았다. 아침이 되면 또 달라 보이겠지? 라는 생각에 눈을 뜨면 다시 정리하리라.

 

 

 

다음 날 아침이 밝았고,

지인에게 선물 받은 아끼는 사진집부터 어울리는 소품들과 화분을 올려두고 남은 공간을 책으로 채웠다.

 

 

 

꽂힌 책의 두배가 되는 양의 책이 아직도 안방 장에 위치하고 있지만 잠시 동안은 이 비워둠을 느껴보려한다. 전자책 리더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종이책을 구매하기에 지금이 아니면 늘 책꽂이엔 책이 가득하겠지?라는 생각 때문이다.

 

수납 공간이 없으면 없는대로 살지만 수납 공간이 생긴 순간부터는 열심히 채우며 사는 나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무엇보다 '이런 식으로 여기 칸 나누고 이런 느낌 있잖아?'라고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해도 찰떡 같이 알아 듣고, 뚝딱 뚝딱 만들어주는 나만의 뚝딱이 남편이 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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