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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토분을 고집하는 이유

빛나는 바다 2020. 5. 19.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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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늘 여분의 토분이 베란다 한편에 있다.

사진 속 토분은 대부분 새로운 식물을 만나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지금도 하나의 토분은 구석에 새로운 식물을 기다리고 있다.

 

 

 

 

식물을 키우는 동안에 지인들에게도 많은 질문을 받았지만 화분과 관련된 질문은

'왜 완성된 화분을 사지 않는 거야?'와 '토분만 사는 이유는 뭐야? 이것도 예쁘지 않아?'

라는 질문들이 대부분이었다.

 

먼저 완성 된 화분은 분갈이하신 분의 여러 수고가 필요하다. 그 값도 포함된 금액이라 생각하면 쉽다. 이 식물엔 이 화분이 잘 어울릴 거야. 그리고 이 흙과 모래를 섞으면 식물이 잘 자랄 거야. 등등.. 그렇기에 식물, 화분, 흙 모두 내가 구입한 뒤 분갈이를 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

특히 나처럼 여러 식물을 키운다면 커다란 포대의 흙과 마사토를 구입하는 것이 저렴하다.

 

그리고 직접 내가 분갈이를 해줘야 식물이 내 마음을 알아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왜 어린 시절 과학 시간에 양파에게 예쁜 말 해주며 키우면 잘 자란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우리 집 식물들에게도 적용하고 있다. 쑥쑥 자라라. 엄마가 이렇게 정성을 주고 있잖니.라는 반협박(?) 같은 소리를 가끔 하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길이 닿은 식물들이 잘 자라는 모습을 보면 뿌듯함은 배가 된다.

 

 

 

 

또 토분을 사용을 고집하는 이유는

마냥 이뻐서가 아니다.

 

토분의 장점

별도로 유약을 바르지 않고  제작되어 숨구멍이 열려있다.

따라서 화분이 숨을 쉬기 때문에 식물 성장이 수월하도록 도와준다.

또 과습을 방지해준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다.

숨구멍이 열려 있고 과습을 방지해주는 만큼 다른 화분에 비해서 물 주는 주기를 당겨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도자기 화분에서 일주일에 한 번 주었다면 토분에선 삼일에 한 번 준다던지.

 

우리가 흔히들 흙이 마르면 물을 주세요.라고 하지만

한창 더울 때면 하루 만에 물이 마르기도 한다. 그만큼 식물들에 많은 애정을 요하는 화분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토분에 키운다.

내가 식물을 대하는 태도는 위에서도 살짝 나왔지만 늘 물을 주며 자라기를 학수고대하는 사람 같다. 그리고 식물이 새 잎이라도 내어주는 날에는 물이 넘치도록 듬뿍 주고 싶다. 그만큼 애정 표현을 하고 싶은데 물을 잘 머금고 있는 화분이라면 난 이미 여러 식물을 과습으로 죽이는 식물 살인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유약을 바르지 않았기에 환경에 따라 자연스레 백화현상이 생긴다.

이 백화현상이 싫어 토분 이용을 하지 않거나 하얀 점들이 생길 때마다 닦아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난 이 모든 것이 식물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그림이라 생각하여 이 현상을 즐기는 편이다. 극락조 화분에는 백화현상까진 아니지만 물길이 생겼다. 토분엔 없는 무늬가 나로 인해 생긴 무늬 같아 나만 가지고 있는 화분이란 생각도 든다.

 

 

 

이러한 이유들이 다른 화분에 비하여 비싸고 무거운 토분을 고집하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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