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 두 번째, 청양고추 키우기
흙대파로 자급자족 시작을 알렸다.
대파 자라는 속도를 보며 신이 난 나는 이리저리 계산기를 두드리다 남편에게 '오빠! 우리 다른 채소도 키우자! 훨씬 저렴해!' 하자 '키우는데 안 힘들겠어?' 라 물었다. 아니. 나는 화분이 많을수록 신이 나는 사람인데 말이다.
그렇게 말하니 '그럼 좋지!'라고 말하여 기분 좋게 결제했다.
사실 경제 주도권은 나에게 있지만 '우리 아껴야 돼'라고 말하면서 화분을 늘려간다면 이에 따른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나의 작은 죄책감을 덜기 위한 과정이랄까.
그리고 이틀이 지나자 갑조네에서 화분, 흙, 모종이 도착했다.
분갈이는 늘 자연스럽게 아래에는 마사토를 깔고 배양토를 담았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나는 청양 고추 모종 2세트를 구매했다.
1세트는 3개의 모종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니 총 6개의 모종을 구매한 셈이다.
신문지와 뽁뽁이에 꽁꽁 둘러쌓여 다친 곳 없이 무사히 도착했다.
배양토를 담은 뒤 손가락으로 후벼 파며 6개의 모종 심을 간격을 정해주고 하나씩 쏙 쏙 꽂았다.
신문지에 쌓여 집에 도착한 탓인지 첫날의 모습은 왠지 어깨가 축 늘어져 보인다. 여기까지 배달 오느라 너희도 고생이 많았지?
다음 날 아침 베란다를 나가서 베란다 텃밭(경우에 따라 베란다 정원이라 불리지만 모종을 볼 땐 베란다 텃밭이라 칭할 것이다)을 들여다보니 청양 고추가 곧게 뻗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흙이랑 물 만나니까 신났지? 다시 한번 더 우리 집까지 오느라 고생했어.
앞으로 잘 자라기만 해주라.
키 크느라 힘들면 말해. 지지대도 꽂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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