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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엄마가 가꾼 베란다 정원

빛나는 바다 2020. 4. 2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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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가에 들를 때면 꼭 베란다를 한 번 훑는다.

이 루틴도 내가 식물을 키우기 전엔 하지 않았던 행동인데 식물을 키우기 시작하니 나의 식물 메이트(할머니와 엄마)의 베란다 정원 안부가 궁금해진다. 오늘 볼 일이 있어 본가에 잠시 들렀다가 베란다 정원의 안부를 물었다.

 

 

저기 보이는 원목 화분 선반은 남편이 짠 스텝퍼.

각기 다른 사이즈의 화분을 저리 올려두니 옹기 종기 모여있는 것 같아 보기 좋다. 그리고 할머니의 취향이 가득 담긴 세라믹 화분들. 우리 집에서는 볼 수 없는 음각, 양각 그리고 다양한 그림들. 이대로의 매력도 좋다. 나는 토분 받침대도 토분과 컬러를 맞추려 애쓰는데 화분 컬러가 무엇인지 신경 쓰지 않고 놓인 그릇, 바가지, 물 받침대마저도.

하지만 할머니 저는 아직 토분이 좋아요. 토분의 부들 부들한 그 느낌이 좋거든요. (화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물을 듬뿍 주었을 때 물을 머금은 토분도 참 매력적이다)

 

왼쪽부터 아레카야자, 스투키, 몬스테라(내가 나눔 한 아이) 그 앞에 사계 국화

 

 

왼쪽 테이블 야자는 나에게 뿌리 나눔을 해준 뒤 새 화분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상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 스투키. 엄마가 스투키라 말하기 전까진 스투키인 줄도 몰랐다.

 

 

어떻게 이렇게 생겼지? 하고 찾아봤더니 아 이렇게 생긴 거 맞구나.

마구잡이로 마음대로 자라네? 내가 그동안 본 스투키는 예쁘고 가지런히 담은 스투키였구나.

 

출처 ; flickr

 

 

 

그리고 시작된 엄마의 식물 자랑.

어제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다녀왔는데 화단을 정리하는지 솔국 한 뭉텅이를 버려놨더라.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서 몇 움큼을 챙겨 와서 새로운 화분에 심어줬다. 그랬더니 어제 바로 꽃을 피웠다. 이런 이야기들.

(손에서 보이죠? 엄마의 열정적인 손 짓)

 

 

그리고 '너에게 준 셀렘은 이렇게 크다'라고 엄마는 말하고,

나는 '우리 집 애는 작던데 왜 새 잎을 안 내지' 이런 이야기들. 식물에서 식물로 끝나는 이야기들.

 

 

할머니도 옆에서 한마디 거둔다. 솔국 옆에 아이도 꽃을 새로 피웠다고.

솔국 뒤편에 있는 꽃은 호접란.

 

우리 집과는 다르게 본가에는 꽃이 많다. 유년 시절 할머니의 화단에는 늘 꽃이 많았다.

할머니는 여전히 꽃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모습이 그렇다.

 

 

셀렘이 자라다 못해 너무 펼쳐져 무심한 듯 포장 끈으로 툭 묶어둔 모습도 예쁘다. 오늘 날이 좋았으니 더 그랬으리라.

아니면 우리 집 셀렘보다 풍성해서 나의 질투심일 수도.

 

 

아레카야자, 잎 크로톤, 일일초, 셀렘, 솔국, 호접란 등등 우리 집에 없는 식물을

가까이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정원. 엄마는 스투키 조금 가져갈래?라는 물음에 지금 집에 마땅한 화분이 없기 때문에 이번은 거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식물 품앗이는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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